'우울증'은 생존을 위해 몸에서 보내는 신호다?

우울증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인식은 우울증이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는 정신적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 이에 반하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바로 우울증은 정신적 질환이 아니라 생물학적 방어 기제라는 것인데요. 이번에는 우울증을 생물학적 방어 기제로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가 견해

최근 우울증의 사회적 정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학 인류학자들은 우울증이 정신적 질환이 아닌 역경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정상적인 적응 반응이라고 주장했는데요. 2020년 10월 영국 심리학 협회는 이에 대한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은 정신 질환이 아닌 일련의 경험이라고 합니다. 또한, 신경 과학자들은 다미주 이론에서 우울증이 극한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을 돕는 생물학적 방어 기제의 역할을 한다고 도출했음을 발표했죠.

대부분의 사람은 우울증이 왜곡된 사고와 마음에서 비롯되어 두통, 복통, 피로와 같은 심리학적 증상을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미주 이론은 이러한 인과 관계가 옳지 않다고 지적하죠. 사실, 우울증은 사고 혹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위험을 감지한 후 생존을 위해 방어 기제를 발동시킴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어 기제를 우리는 무기력증이라 부르며, 무기력증은 흔히 사회적으로 우울증이라 정의되는 정신적 혹은 신체적 반응을 유발한답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고통이라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울증을 정신적 질환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리라 예측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이라도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정신적 질환'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보는 편을 권장한답니다.


실제 사례


로라는 가정 폭력과 관련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없었던 시대에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로라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해왔다고 해요. 로라가 반발심을 드러낼 때마다 아버지는 로라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했고 로라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의 뜻에 순응하는 것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로라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우울증 덕에 그녀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아버지의 모든 잘못을 묵인할 수 있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우울증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던 셈입니다. 


무기력증으로 시작된 우울증

다미주 이론은 일상 경험이 자율 신경계의 계층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율 신경계가 주변 환경이 안전하다고 판단해야만, 행복감과 사회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를 경험하는 순간 사람들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자율 신경계는 안전성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 우리를 둘러싼 내부 및 외부 환경을 지속해서 탐색한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자율 신경계가 위협이나 불안전성을 감지하면 방어 기제를 발동한답니다. 

극도의 위협이 감지되거나 불안전성이 장기간 지속되면 신경계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답니다. 그리고 이는 무기력증으로 이어지지요. 전문가들은 무기력증이 고등 동물의 생물학적 방어 기제라고 주장하며 방어 기제가 발동되면 우리 신체는 휴식 상태로 전환되어 기력이 없고 부진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는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미주 신경계와 관계가 있다고 해요.

무기력증이 나타난 상태에서도 위협적인 환경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뇌의 활동이 변해 감정 및 문제 해결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뇌의 활동 변화로 사람들은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있다는 인상을 받아 절망과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해요.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우울증'이라고 부른답니다.


현대의 우울증

현대 문화에서 우울증은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다수의 사람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심지어 몇몇 심리 치료사는 우울증이 상황을 왜곡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몸이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답니다. 우울증의 트리거는 객관적인 상황 분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울증은 신체가 위협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에 달렸죠. 또한 자율 신경계의 방어 기제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우울증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문제라고 인지하면, 자신을 달리 볼 수 있을 것이며 본인이 무력한 사람이라는 자책을 멈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방법

우울증이 무기력증에 대한 감정적 표현이라면, 그 해결책은 인체의 방어 기제를 해제하는 것입니다. 물론 단순히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감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 관계인데요. 우울증 증상 중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수치심, 즉 타인을 실망하게 하거나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스스로에 대해 가치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우울증을 정신적 질환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죠. 그로 인해 그들의 수치심은 더욱더 깊어질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회적 관계 형성을 피하게 할 수 있답니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차단해버리는 셈이죠. 


이제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에 더 가치를 두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들은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훌륭한 사람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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