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 환골탈태한 무기들

건국과 동시에 주변 아랍국들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스라엘은 항상 무기 부족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기나 화포, 전차 등을 긁어모았으나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손에 넣을 수 있는 무기라고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던 구식 무기들뿐이었다.

 

이런 무기들로는 최신형 무기로 무장한 아랍제국 군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이스라엘은 구식 무기를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지상군의 주력 전차였던 'M4 셔먼'은 대부분 1940년대 초반에 생산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고철이었지만, 이스라엘은 이들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1980년대까지 사용했다.

 

※ 영화 fury에 등장한 M4 셔면 전차

 

엔진과 서스펜션을 보다 신형으로 교체하고 화력 보강을 위해 105mm 주포까지 탑재하는 등 이른바 '마개조'를 한 것이었다.

 

※ 마개조 : 대상의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조하는 행위

 

원래 셔먼 전차는 75mm급 주포를 탑재하는 전차로 설계되어 비교적 작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전차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전차에 거대한 105mm 주포를 얹었고, 여기에 새로운 장비들까지 더 얹었는데 이로 인해 포탑 무게 중심이 무너지자 별도의 무게추를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매우 엉성하고 불안정해 보였지만, 이 전차는 실전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4차 중동전에서 아랍군을 상대로 맹위를 떨쳤고, 특히 아랍군이 사용했던 소련제 최신형 전차 'T-54/55'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전투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T-55 전차>

 

이 같은 성능 덕분에 이 전차는 이스라엘군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예비전력으로 운용됐고, 이후 칠레에 수출되어 1990년대 초반까지 운용됐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무기 개조는 항공 분야에서 더 두각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부터 도입한 'F-4 팬텀' 전투기의 노후화가 진행되자 1980년대부터 이 전투기의 성능 개량 사업을 준비했다.

 

<F-4 팬텀>

 

이스라엘 공군이 내건 조건은 노후화가 극심한 팬텀 전투기를 현대전에도 쓸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일명 '쿠르나스 2000'과 '슈퍼 팬텀'이었다.

 

<쿠르나스 2000>

 

<슈퍼 팬텀>

 

이스라엘 기술자들은 기존 팬텀 전투기의 뼈대만 남겨놓고 모든 것을 바꿨다. 레이더는 최신형 'APG-76'으로 변경됐고, 최신형 레이더에 걸맞은 미션컴퓨터가 장착됐다.

 

조종 시스템도 4세대 전투기 수준으로 변경되었으며, 이에 따라 구형 팬텀에서는 운용이 불가능했던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100km 이상 거리에 있는 표적을 족집게처럼 타격할 수 있는 '팝아이' 공대지 미사일까지 운용이 가능해졌다.

 

<F-4에 탑재된 팝아이 공대지 미사일>

 

'쿠르나스 2000'은 F-16 같은 신형 전투기들이 즐비한 이스라엘 공군에서도 강력한 폭장량을 가진 전폭기 전력으로 최근까지 운용되었는데, 특히 엔진까지 신형으로 교체한 최신 개량형 '슈퍼 팬텀'은 'F-22' 같은 최신예 5세대 전투기에서나 가능한 '슈퍼크루징' 능력까지 선보이며 항공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전투기는 평상시에는 마하 0.6~0.8 정도의 느린 속도로 비행하다가 필요할 경우에만 '애프터버너'를 사용해 초음속의 속도를 낸다. 하지만 애프터버너를 사용하게 되면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고 엔진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전투기가 음속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F-22와 같은 일부 최신 전투기들은 애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고도 마하 1 이상의 초음속 성능을 구현하는데 이를 '슈퍼크루징'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구식 3세대 F-4 전투기를 개량해 최신 5세대 전투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슈퍼크루징 능력을 구현했던 것이다.

 

<F-22>

 

이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개조·개량 경험이 축적된 덕분에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제조 기술을 가진 국가로 평가된다.

 

미국보다 앞서 고도의 다단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완성해 전 국토를 물샐틈없이 지키고 있으며, 정밀유도무기와 항공기 개량 사업 부분에서는 세계 최정상급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오래된 노후 무기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 정책이 나아가야 할 분야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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