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잠수함이 미 군함의 감자? 공격에 격침된 사연

극한의 상황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극한의 극치인 전쟁 중에는 때때로 비극이 희극으로 바뀌고, 생명이 오가는 와중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 군함이 폭뢰나 기뢰, 함포도 아닌 '감자'를 통해 적 잠수함을 격침시킨 사례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의 '오배넌' 구축함은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 해군을 제압하는 데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 오배넌 구축함은 과달카날 해전을 비롯해 모두 17차례의 대규모 작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배넌함이 유명해진 계기는 따로 있었다. 1943년에 벌어진 기묘하면서도 황당한 전투 때문이다.

 

1943년 4월 5일, 오배넌함이 남태평양 해역을 항해하다 우연히 일본 잠수함(RO-35)과 마주쳤다.

 

 

그러나 오배넌함은 바다 위에 부상해 있던 일본 잠수함을 탐지하지 못했고, 일본 잠수함 역시 미국 구축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두 함정은 서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때 오배넌함이 육안으로 일본 잠수함을 먼저 발견하고, 공격을 감행하려 했으나 거리가 너무 가까워 포사격조차 할 수 없었기에 잠수함을 들이받아 격침하기로 했다.

 

 

하지만 충돌 직전 황급히 작전을 변경했다. 부비트랩처럼 잠수함에 기뢰가 설치돼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칫 충돌과 함께 구축함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작전 변경으로 오배넌함은 일본 잠수함과 평행으로 진행하게 됐다.

너무 근접했기에 육안으로 잠수함 갑판 위가 다 보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갑판 위의 일본군은 졸고 있었는지 미국 구축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윽고 미국의 구춤함을 발견한 일본 수병들은 갑작스러운 적 군함의 출연에 넋이 나간 채 잠수함의 기관총으로 달려갈 채비를 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오배넌함의 수병들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너무 근접했기에 함포는 당연히 쏠 수 없었고, 기관총조차도 수면에 떠있는 잠수함을 겨냥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개인화기도 없었기에 오배넌함 수병들은 할 수 없이 주변에서 손에 잡히는 것을 모조리 잠수함 갑판 위의 일본군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마침 갑판 위에는 감자 상자가 쌓여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의 미국 해군은 주로 분말계란, 가루우유를 비롯한 냉동건조식품을 먹었는데, 모처럼 신선한 감자를 보급 받아 갑판에 놓아두었다.

 

이 감자를 꺼내 기관총을 향해 달려가는 일본군에게 돌팔매질하듯이 던졌던 것이다.

 

 

이때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코앞에서 적 구축함을 발견한 일본 병사는 공포에 질리기도 했고, 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적함에서 날아오는 감자를 보고 수류탄으로 착각한 나머지 갑판 위에 떨어지는 감자를 집어 바다에 버리거나 되던지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잠수함 갑판 위의 기관총을 사용할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감자로 석기시대의 투석전을 벌이는 동안 오배넌함과 잠수함의 거리가 기관포를 쏠 수 있을 만큼 멀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바닷속으로 잠수해 도주하려는 일본 잠수함을 격침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오배넌함에 감자를 공급했던 미국 메인 주의 농부들이 공로패를 만들어 보냈다.

 

 

"1943년 봄, 우리가 생산한 감자로 일본 잠수함을 격침한 기발한 작전을 기념해 오배넌함 장병들에게 공로패를 드립니다."

 

 

- 1945년 6월 14일 미국 메인 주 감자 영농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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