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박물관 투어 1탄, <부다페스트 플리퍼뮤지엄>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그러한 경험 가운데에는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어른이 되어서마저 이따금 떠오르는 일들도 있습니다. Flippermúzeum의 주인 Balázs Pálf는 한 리조트 아케이드에서 슬롯머신을 처음으로 접했던 당시를 생생하게 회상합니다. 슬롯머신의 화려한 색상, 빛나는 조명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까지 말이죠. 당시 그는 슬롯 게임을 해보고 싶었으나 너무 어려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핀볼 머신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슬롯머신을 접하게 되었을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 핀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2010년 핀볼 플레이어들을 주축으로 하는 기관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핀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핀볼은 일종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핀볼 머신이라 불리는 케이스 안에서 하나 이상의 공을 이용해 최고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랍니다. 소싯적 오락실 좀 다니신 분들이면 다들 접해보셨을 게임이죠. 이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핀볼을 접할 기회를, 핀볼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핀볼을 플레이할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Flippermúzeum를 개관했다고 하는데요. 이 박물관은 현재 핀볼 애호가들의 성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해당 박물관은 140개가 넘는 핀볼 머신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Space Invaders'나 'Mortal Combat'과 같은 오락실 게임도 소유하고 있다고 해요. 1990년대 이후 대부분 핀볼 머신은 술집(Bar)에서 사라지고 수집가나 박물관의 손으로 넘어왔지만, 해당 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헝가리에서 핀볼 문화는 점점 부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Balázs Pálf는 핀볼 머신은 비디오 게임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 그의 말대로 이 박물관은 개관 이후 이곳은 빠른 성장을 이루어 헝가리 수도의 최고 명소가 되었답니다.

 

8유로의 입장료를 내면 관내에 있는 핏볼 머신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만큼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해요. 호황기에는 매주 평균 400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이곳을 드나든다고 합니다. 그들 중 절반은 외국인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박물관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까요? 한 영국인 방문객은 "영국에서는 핀볼 게임을 더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박물관을 레트로한 장소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한 캐나다인 방문객은 수많은 핀볼 머신을 보며 환호하기도 했죠.

 

이 박물관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핀볼 머신은 1871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며 공이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핀 수십 개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빈티지 머신들은 '건즈 앤 로지스'나 'ACDC'같은 인기 록 밴드 혹은 '인디아나 존스'나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테마로 한답니다. 최근 전 세계의 힙스터들이 이 박물관으로 모여들고 있으며 공포나 우주 테마가 특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요.

이 박물관에 전시된 머신 가운데 20%만이 헝가리에서 매입된 물품이며 나머지 머신은 미국, 벨기에, 프랑스 등 16개의 다른 나라로부터 매입되었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수도에 핀볼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헝가리에서는 자체적으로 핀볼 기계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헝가리에서 제작되었다고 알려진 유일한 게임 '메세보나트' 역시 사실은 스페인 게임을 각색한 것으로 이 박물관에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박물관에 전시된 머신들은 타 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라벨이 표시되어 있으며 이 라벨에는 제작연도, 제조사 이름, 아티스트, 생산 개수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답니다. Balázs Pálf는 경제학도 시절부터 경매 웹사이트에서 핀볼 게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핀볼 머신의 가격대는 타이틀, 제작연도, 게임의 인기, 희소성 등에 따라 500유로에서 10,000유로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요. 새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핀볼 머신의 평균 가격은 약 4,000유로라고 해요.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헝가리에서 핀볼 머신의 역사는 코카콜라보다도 더 오래되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수십만 명의 헝가리인들이 매일 핀볼 게임을 했다고 해요.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카페나 술집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해요. Balázs Pálf는 핀볼 문화를 과거 속에 묻어두고 싶지 않아 박물관을 개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핀볼 머신을 볼 때마다 30년 전 핀볼 머신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해요.

 

핀볼 문화를 되살리려는 그의 열정,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