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박물관 투어 2탄, <암스테르담 비너스 템플>

철학에 있어서 성적 행위에 대한 평가는 성적 욕구의 본질을 어떤 식으로 판단하는가에 따라 결정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크게 두 가지 관점이 나뉘었는데요.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칸트는 성적 행위란 사랑하는 사람을 욕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인식하며 성을 번식의 도구로써만 이용하기를 권장했다고 합니다.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것을 도덕적 가치로 보았죠. 반면 러셀 배노이 혹은 어빙 싱어와 같은 철학자들은 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으며 성적 행위를 스스로와 상대방을 동시에 기쁘게 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철학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성에 대해 논의해왔으나 성을 다루는 박물관은 암스테르담의 비너스 템플이 최초였다고 합니다. 비너스 템플 이전에 섹스 뮤지엄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생각 외로 간단합니다. '성'이라는 주제는 모든 사람이 흥미로워라 할만한 주제이지만 깊이 파고들어 가면 너무나도 다룰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과 너무나도 밀접하지만, 역사가 오래되어 성에 대해 다루는 박물관을 설립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까다로웠다는 의미입니다. 에로티시즘은 수 세기에 걸쳐 수천 가지의 형태를 취해왔으니까요. 이 다루기 막막한 주제의 역사적·예술적 측면을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설립된 박물관이 바로 오늘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부근에 자리 잡은 섹스 뮤지엄 비너스 템플이라는 것이죠.

이 박물관은 몇 가지 재미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단연, 이 박물관이 전시품들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을 결합하고자 했다는 것인데요. 입구의 비너스 석고상부터 마타하리와 그녀의 파트너들, 메릴린 먼로를 실제 크기로 본뜬 밀랍 인형(메릴린 먼로의 치마가 바람에 계속 휘날리도록 장치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및 곧은 성기 형태의 플라스틱 모형들까지, 해당 박물관에서는 이 모든 전시물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요,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타 박물관들과는 전시 방법을 달리합니다.

 

그러나 이 박물관의 분위기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데요. 호불호가 생긴 데에는 해당 박물관의 사운드 효과도 한몫한다고 합니다. 박물관 내 구역마다 숨겨진 스피커가 있어 박물관 견학 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양한 소음들을 듣게 된다고 해요. 해당 박물관의 구역들은 각각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예로 마타하리, 사드 후작, 루돌프 발렌티노, 오스카 와일드, 퐁파두르 후작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사드 후작의 방에서는 증기 기계의 소리와 여성의 신음이 뒤섞여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오래된 멀티미디어 접근법 및 박물관 내부 인테리어는 몇몇 사람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인상을 받게 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현시점에서 비너스 템플은 트렌디한 공간은 아닙니다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20년이 넘는 기간 축적된 수백 개의 흥미로운 예술 작품, 독특한 물건 및 희귀한 사진들을 관람할 기회를 얻었으니 말입니다. 또한 성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한 전시 방식을 통해 성의 역사 및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시도 역시 높이 살 만하죠. 인간의 원초적 본능 가운데 하나인 성에 대해 오픈된 공간에서 건전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으니까요.

 

암스테르담 여행 시 필수 코스인 섹스뮤지엄 비너스 템플, 웃음이 필요하신 분들 혹은 성 진화론을 탐구하거나 자신의 신체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은 이 박물관에 방문하시면 시각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지적 즐거움까지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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