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테크, 실제로 통(通)할까?

2020년 5월,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한차례의 '샤넬 대란'이 일어났었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불구하고 전국 백화점에서는 '오픈런' 현상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오픈런이란 백화점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은 물론 오픈 시간 매장까지 달려가는 현상을 뜻한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한정된 재고량'에 있습니다. 재고가 무한하지 않다 보니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는 것이죠. 이번 샤넬 대란에는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리는 브랜드의 정책을 이용한 '샤테크(샤넬+재테크)'를 노리는 구매자들도 다수 있었다고 보이는데요. 샤테크, 대란이 일어날 만큼의 투자가치가 있을까요?

샤테크(샤넬+재테크)는 문자 그대로 샤넬과 재테크를 합성해 만든 단어로 가격 인상 전의 샤넬백을 구매해 재판매하는 방식의 재테크를 의미합니다. 명품을 분산 투자에 활용하다니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샤테크는 사실 오래전에 등장한 개념이랍니다.

사람들은 왜 샤테크에 열광할까요?

예술 시장 조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핸드백의 잠재투자 가치가 예술품, 클래식카 및 희소성 있는 위스키를 앞질렀다고 하죠. 샤넬, 에르메스 혹은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 출시한 몇몇 백들은 이미 지난 10년 사이에 평균 83%의 가격 상승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동전의 가격은 평균 21%, 초판본의 가격은 평균 42% 그리고 시계의 가격은 평균 72%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명품백의 가치 상승률은 얼마일까요? 10년 동안 명품 백의 가격은 평균 83% 증가했다고 해요. 구매자가 혹할 만한 가격 상승률이죠.

샤테크, 어떤 원리일까요?

상품이 희소하면 희소할수록 사람들은 해당 상품을 갈망하게 됩니다. 2020년 극심한 팬데믹 상황에서 개최된 크리스티 핸드백 경매가 약 25억 원의 매출을 낼 수 있었던 이유죠. 예를 들어 에르메스백은 몇 년간의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로 한정된 수량만을 제작하기로 유명하죠. 수집가들은 이 '희소성' 때문에 핸드백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소매가의 2배 내지 3배 이상까지 지불할 의사를 보인답니다. 실제로 에르메스에서 출시한 악어가죽 히말라야 버킨백은 2016년 크리스티의 홍콩 경매에서 4억 2천만 원에 낙찰되어 신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렇게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우리는 베블런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가격이 높은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과시적 소비, 즉 재화뿐만 아니라 시선을 구매하는 행위로도 설명할 수 있죠. 이러한 과시욕은 때때로 스놉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특정 상품에 대한 타인의 수요가 늘어나면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다른 희소성 있는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러한 소비 심리를 이용해 교묘하게 마케팅을 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에르메스는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 및 한정적 재화만을 공급하는 희소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버킨백 혹은 켈리백과 같은 유명한 상품의 경우 해당 브랜드 VIP 고객 역시 몇 년간 기다려야 한다고 해요. 소비 심리를 이용하는 브랜드의 전략을 역이용하는 투자가 바로 샤테크와 같은 명품 리세일이죠.

그렇다면 샤넬의 경우는 실제로 어떨까요?

샤넬백을 구매하면 보증서에 일련번호가 부여된다고 합니다. 이 번호를 통해 상품 상태 및 구매연도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보고 결과에 따라 매입가가 결정된다고 해요. 오히려 구매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샤넬백의 중고 시세가 신제품 가격과 연동도 되지않을 뿐더러 매년 가격이 인상되는 샤넬의 특성상 구매 시기와 재판매 시기 사이의 시세 차이가 있어서 차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차익이 아니라는 거죠.

샤테크, 하지 말아야 하나요?

장기적으로 샤테크를 묵혀두는 재테크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샤넬백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 인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바로 제품을 리세일한다면 일정 수준의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단타 매매의 경우 투자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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